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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Precision]

CH Precision X1 PowerSupply - CH 프리시전 X1 파워서플라이 (하이엔드 오디오 전원장치)
판매가격 : 19,500,000
적립금: 0
제조사: CH PRECISION
브랜드: CH Precision [브랜드바로가기]
제품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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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고시 상품정보고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름)
품명 및 모델명 X1 제품구성 본체, 메뉴얼, 부속품
품질보증기간 구입일로 1년무상 AS 동일모델의 출시년월 20131201
AS책임자/전화번호 디자인&오디오/02)02-548-7901 제조자/수입자 CH PRECISION/디자인&오디오
주문 후 예상 배송기간 1일 ~ 3일 제조국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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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 기타 기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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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진지하게 오디오에 몰두하고 싶다면 꼭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룸 어쿠스틱과 전원이다. 이 두 분야는 실제로 오디오를 사거나 교체하는데 아무 관련이 없지만, 일단 구입한 제품의 성능을 최적화시키는 데에는 필수적이다.

바로 이런 부분을 메이커들도 충분히 인식했는지, 룸 어쿠스틱만 해도 다양한 해법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오디오넷(Audionet) DNP로 아예 마이크까지 동원해서 룸 튜닝을 돕도록 했다. 워낙 다기능의 DNP이지만, 오랜 기간 룸에 관한 연구를 해온 메이커인 만큼 이런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면 의외로 효과가 크다.

물론 각종 흡음판이나 반사판을 동원해서 튜닝하는 것도 괜찮다. 더 좋은 것은 아예 벽과 바닥, 천장을 공사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나 스피커의 세팅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처럼, 룸 튜닝에 관한 고안이 이뤄지면 이뤄질 수록 음질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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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넷의 룸 음향 보정 기능을 수행하는 CARMA

여기에 덧붙여 꼭 지적할 것이 바로 전원이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기기는 전기 놀음이다. 전기가 없이는 작동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전기가 투입되느냐에 따라 성능도 판가름 난다. 이런 부분을 간과했다간, 어렵게 구한 제품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원 부분만 해도 하나의 학위가 필요할 만큼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냥 편하게 오디오를 하려는 분들이라면, 전압이니 전류니 DC 유입이니 뭐니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프다. 또 과연 양질의 음을 듣고자 할 때, 이런 공부까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도 여러 메이커들이 각인한 상태다. 그러므로 자사의 컴포넌트에 최적화된 이른바 파워 서플라이를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전원 장치가 없어도 기본적으로 제품이 작동하기는 한다. 보다 최적화된 음을 듣고자 할 경우, 옵션으로 구매하라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쓰면, 시중에 나온 다양한 전원 장치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만도 하다. 만일 적절한 제품을 구입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적어도 없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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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X1 Power Supply

그러나 이런 전원 장치는 일반적인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특정 기기에 최적화된 형태는 아니다. 그러므로 메이커에서 별도로 파워 서플라이를 제공한다면 되도록 사용하는 편이 좋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전까지 오디오 이론에 따르면, 앰프건 소스기건 대략 전원 쪽과 신호 전송 쪽을 구분해서 생각했다. 그래서 신호 전송은 간략하게 만들되, 전원 쪽을 보강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물론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음성 신호와 전원이 따로 논다는 선입견이다. 실은 그렇지 않다. 최신 이론에 따르면, 결국 전원 쪽도 신호 전송의 일부라는 것이다. 하긴 전원의 변화에 따라 음질이 바뀌기 때문에, 이것을 신호 전송과 별도로 나눈다는 것엔 무리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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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X1의 내부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면, 이번에 소개할 X1의 존재도 충분히 납득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X1이 없어도 이와 연결되는 C1과 D1은 아무 탈 없이 작동한다. 전혀 문제가 없다. 또 X1으로 말하면, 신호 전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안에 일체의 음성 신호가 들어가지도 않고 또 나오지도 않는다.

그럼 대체 X1이 하는 일이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노이즈 플로어를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뭐라구?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 이렇게 묻는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럴 경우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파워 앰프와는 달리, DAC나 트랜스포트, 프리 앰프 등에 흐르는 전류는 그리 크지 않다. 아주 미세한 양이 흐를 뿐이다. 그러므로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특히, DC가 갑작스럽게 유입하거나 하면 기기 손실로 이어질 만큼 취약하기도 하다.

또 이런 기기에서 다루는 음성 신호도 역시 예민하기 때문에 전기적인 부분이 온전하지 않으면, 바로 왜곡이 되거나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X1은 바로 이런 사각지대를 보다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 것이다.

본 기의 내부를 보면 커다란 두 개의 전원 트랜스포머가 눈길을 끈다. 그 기능이 각각 다르다. 하나는 아날로그 쪽이고, 또 하나는 디지털 쪽이다. 즉, 이와 연결되는 C1 및 D1의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원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전원에 관련해서 일종의 FM에 속하는 조치다. 만일 독자들이 집에서 자기 시스템을 점검할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 부분을 분리해서 별도의 전원으로 처리할 경우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원하는 전기적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자면 한이 없으므로 대략 이 정도 선에서 이해하길 바란다.

한편 본 기는 일종의 필터를 장착해서 양질의 전기를 걸러내는 일을 한다. 그 단위가 거의 의료 기기 수준이다. 알다시피 의료 기기는 첨단의 측정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다. 따라서 전기적인 트러블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안 된다. 바로 그런 차원의 전원 공급 장치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C1과 D1에도 전기를 다루는 부분이 있다. 이를 레귤레이터(Regulator)라고 부르는데, 아무래도 X1 만큼은 못하다. 그러므로 이 두 기기에 본 기를 연결하면 레귤레이션 자체를 X1이 처리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또 관리도 편해서 일단 기기를 연결하면, 그 기기의 온 오프 동작을 따르게 되어 있다. 별도로 X1에 다가가서 조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 본 기는 1개의 입력 단만 제공한다. C1과 D1를 모두 사용하려면 별도의 레귤레이션 보드를 구입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약간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 수 있는데, 처음부터 두 개의 보드를 제공해서 가격을 올려 받는 것보다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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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 Acoustics Ha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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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풀 시스템

한편 본 기는 M23 커넥터로 연결되며, 2미터짜리 케이블이 부속된다. 이것으로 C1과 D1의 연결 단자와 매칭시키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레귤레이션이나 필터링 외에 과도 유입된 전류를 차단하거나 컨트롤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숨어 있어서, 시청 시에 본 기를 넣고 뺐을 때의 차이는 극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시청 평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편 시청에는 YG의 헤일리에 CH의 식구들을 동원해서 들었다. D1~C1~A1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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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장악하는 바리톤의 존재감인데, 힘이 넘치고,
쭉 이쪽으로 뻗어오는 기세가 대단하면서도 그리 거칠지 않다"

첫 곡으로 들은 카라얀 지휘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중 마지막 악장. X1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X1이 없어도 워낙 음이 좋은 CH인지라,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거기에도 업그레이드가 있으니, 오디오의 세계는 끝이 없다.

우선 공간을 장악하는 바리톤의 존재감인데, 힘이 넘치고, 쭉 이쪽으로 뻗어오는 기세가 대단하면서도 그리 거칠지 않다. 아주 럭셔리하게 음의 순도가 높아지면서 부담스럽지 않다. 또 그를 뒷받침하는 코러스의 경우, 가수들의 위치가 일목요연하고, 한 명 한 명씩 구분이 될 정도로 해상도가 좋아진다. 노이즈 플로어를 제거한다는 것이 음질에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힘차게 약동하는 오케스트라의 어택감은 할 말을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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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한 것은 피아노의 타건감. 그냥 강하게만 치는 것이 아니라,
약음과 강음 사이의 다양한 레벨이 또렷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크리스챤 치메르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1악장. 워낙 유명한 악장이라, 메인 테마만 들어도 가벼운 우수에 젖게 하는 곡이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피아노의 타건감. 그냥 강하게만 치는 것이 아니라, 약음과 강음 사이의 다양한 레벨이 또렷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또 왼손과 오른손의 컴비네이션도 보다 명확해서 좀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악상을 주고 받으면서 달려나가는 부분의 일체감도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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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 베일이 벗겨진 듯, 보다 진솔하게 다가온다.
발음 하나하나도 보다 명료하고, 침을 삼키거나, 숨을 내쉬는 대목도 더 리얼해진다"

이번에는 여성 보컬을 들었다. 사비나 치우바라는 가수의 <Take Five>란 곡인데, 두 대의 기타가 멋지게 반주를 넣는 곡이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는 목소리의 투명도. 한 겹 베일이 벗겨진 듯, 보다 진솔하게 다가온다. 발음 하나하나도 보다 명료하고, 침을 삼키거나, 숨을 내쉬는 대목도 더 리얼해진다. 기타로 말하면 긁거나 뜯을 때 보다 많은 음이 나오는 듯하고, 특히 두 기타가 솔로를 펼칠 때의 순간은 압권이다. 주변의 공기감이 출렁출렁 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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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을 걸자 그런 소란스러움이 일체 가시고, 질서정연하게 음장이 펼쳐진다.
다양한 악기와 보컬이 오소독스하게, 쫄깃쫄깃 공간을 장악하고 스크럼을 짜듯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마델라인 페이루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를 듣는다. X1의 효과가 극명히 나온다. 없을 때엔 다소 음상이 크고, 정리가 안된 듯 여러 악기들이 난무하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X1을 걸자 그런 소란스러움이 일체 가시고, 질서정연하게 음장이 펼쳐진다. 다양한 악기와 보컬이 오소독스하게, 쫄깃쫄깃 공간을 장악하고 스크럼을 짜듯 다가온다. 충분히 안길이도 나오며 복잡한 레이어의 표현도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대체 전원이 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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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5년 전의 일이다.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를 끼고 그림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베베(Vevey). 여기에 선배의 손에 이끌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는 청소년 한 명이 오디오 숍에 들어섰다. 사실 고작 2천 명 정도의 인구에 불과한 이 마을에서 이런 전문적인 오디오 숍은 좀 과분한 존재. 그러나 제네바와는 고작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실질적인 고객은 거기에 더 많았다. 영업에 큰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 젊은이는 처음 제대로 된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다. 그것은 온 감각과 정신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랑스의 리드(Leedh)에서 만든 CDP에 클라세 앰프를 연결해서 마틴 로건을 구동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오디오로 재생되는 음이 실연 못지않게 얼마든지 훌륭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보다 두 살 더 많은 선배의 경우, 어느 정도 오디오에 조예가 있었다. 그러나 설마 하고 데려간 이 체험이 후배의 삶을 통째로 바꾸게 될지 몰랐으리라. 아니, 그 또한 큰 영향을 받을 줄 몰랐다.
  
그 후 25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당당히 CH 프리시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배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이고, 후배는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 해외 오디오 쇼나 국내 방문은 주로 플로리안의 몫이어서,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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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공동대표인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


당시 플로리안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연구소 같은 곳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체험 이후 자연스럽게 전자 공학을 함께 병행하게 되었다. 물론 집에 오디오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종의 장전축에 불과해 본격적인 오디오적 쾌감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음악을 즐겨온 것은 사실. 아무튼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오디오파일이 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대학을 로잔공대에 있는 폴리테크니컬에 가면서, 그 한편으로 흥미로운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게 된다. 바로 오디오 수리다. 특히, 레가와 서그덴을 수입하는 회사를 알게 되어, 이쪽 제품을 많이 수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꿈의 오디오를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서그덴에서 나온 CDP와 앰프에 프랑스의 아페르투라에서 나온 스피커. 당시에는 주로 도어스, 클래쉬,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등을 많이 들었고, 지금은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졸업 후, 운명처럼 골드문트에 지원하게 되고 당연히 입사하게 된다. 왜 운명이냐 하면, 이미 티에리가 그보다 두 달 빨리 입사해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살이나 더 많은 티에리의 경우 입사가 다소 늦어진 것은, 스위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징병제를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1996년에 입사한 이후, 처음 손댄 제품은 미메시스 29.4. 이후 미메시스의 27, 28에 SRM 2와 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22를 마지막으로 2000년에 퇴사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곳에는 엔지니어로서 뭔가 창조적인 기획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성공한 시리즈의 후속작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전작의 울타리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미메시스 22의 전신엔 2가 있고, 29에는 9가 있는 식이다.
  
또 당시 디지털 쪽에 흥미로운 기술이 많이 나와 이런 쪽에 손을 대고 싶었지만, 아직 골드문트에서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쪽으로 뭔가 많은 시도를 하고 싶었던 티에리와 플로리안은 결국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게 바로 전설적인 애너그램이다. 왜 전설적이냐 하면, 2000년대 초 정말 많은 회사들이 애너그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디오 에어로, 솔루션, 카멜롯 테크놀로지 등 여러 회사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혹은 설계를 부탁했다. 그밖에도 많은 회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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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에리가 개발한 애너그램의 업샘플링 모듈, Q5. 현재 애너그램 테크놀로지는 영국의 캠브리지 오디오로 인수되었다.
  

여담이지만, 플로이안과 티에리가 퇴사한 이후, 골드문트는 라파엘 파쉬(Rafael Pasche)를 고용해서 텔로스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 지금, 라파엘도 CH의 일원이 되었다.
  
아무튼 수학을 전공했던 티에리는 디지털 도메인에 무척 강하다. 반면 전자공학과 물리학을 한 플로리안은 컨버터 프로세스나 아날로그쪽이 밝다. 회로 디자인도 최상급이다. 이 두 천재의 만남은, 오디오계 전체를 발칵 뒤집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오디오쪽 OEM만 맡아서 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이나 텔레콤 계통의 회사들과 연계해서 새로운 칩을 설계하거나 세미 컨덕터를 개발하는 등, 무척 전문적인 일도 맡아서 했다. 그러므로 당시 CES나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특정 업체가 신제품을 런칭할 경우, 그 핵심 기술을 고안한 티에리나 플로리안이 세미나를 진행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 와중에 창업한 오르페우스는 일종의 보너스. 왜 그런가 하면, 특정 고객이 회사를 방문했다고 했을 때, 실제 그들의 실력을 보여줄 제품이 필요했다. 일종의 쇼 케이스와 같은 성격이었다. 한데 갑자기 오르페우스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많은 오더가 들어온 것이다. 정말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천국과 같은 상황에서 지옥도 함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이며 학자 출신인 두 사람인지라, 셈에 어둡다고나 할까? 아무튼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애너그램만 해도 13명의 인원을 고용했는데, 모두 수준급의 엔지니어들이라 봉급이 엄청났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계속 OEM를 따와야만 했다. 그러다 하는 수 없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그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는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 심해진 것이다. 
  
계속된 갈등이 이어졌고,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두 사람은 미련없이 회사를 매각하고 나왔다. 그냥 하이테크한 일을 OEM으로 받아서 하자, 뭐 그런 결심으로 ABC PCB를 만든 것이다. 그게 2005년의 일이다. 일종의 자유를 얻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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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 후 가끔 CES며 뮌헨이며 도쿄 등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의 대표적인 수입상에서 계속 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스텔라복스 재팬을 운영하는 니시가와 상. 사실 그의 안테나에 잡힌 브랜드는 항상 성공을 했다. 그의 감각이며 판단은 거의 신적이라고 할까? 오디오계의 숨은 마이다스라 해도 무방하다. KBO에 야신이 있다면, 오디오계엔 니시가와상이 있는 것이다.
  
이미 골드문트 시절부터 두 사람의 재능을 익히 알아온 그가 계속 요청한 것이다. “언제 당신들만의 오디오 회사를 차릴 겁니까” 그럴 때마다 그들의 답은 항상 똑같았다. “관심 없어요.” 뭐 그런 일이 몇 년째 반복이 되었다. 
  
그러다 조금씩 OEM의 일에 지치고, 뭔가 자신들만의 오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슬금슬금 내부에서 자라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8년에 니시가와상의 요청을 수락하기에 이른다. 당시 아무런 설계나 계획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선뜻 니시가와상은 뭐든지 만들면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뭐라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래서 1년 반의 기간에 걸쳐 연구한 끝에 D1이 나왔다. 정식으로 세상에 소개된 것은 2011년으로, 이후 한 해에 하나씩의 페이스로 계속 신작이 나오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CD 및 SACD 트랜스포트인 D1은 이후 전문적인 DAC이면서 프리 기능을 갖춘 C1이 이듬해에 나옴에 따라 디지털 소스쪽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이후 파워라던가 프리앰프 등 다양한 제품군이 뒤따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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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창립작인 SACD트랜스포트 D1과 오디오 컨트롤러 C1


사실 이미 애너그램이며 오르페우스에 여러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지라, 과연 CH에서 뭐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그램이 나온 이후 약 1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CH가 나왔다. 그 사이 달라진 디지털 환경을 생각해보고, 그 기술을 선도해온 두 사람의 이력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진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쪽엔 샘플링 레이트를 관리하는 기술에 있어서 훨씬 발전된 솔루션을 제안하는 바, 바로 리얼 타임 싱크로나이제이션이라는 테크노롤로지다. 쉽게 이야기해서 각종 데이터를 리얼 타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화이트 페이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차원 자체가 다른 기술력이라고 보면 좋다. 
  
물론 아날로그쪽에도 훨씬 진보적인 기술이 들어갔음은 당연지사.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발표된 프리앰프의 경우, 핵심 컨셉은 광대역 주파수에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역을 넓히면 그만큼 노이즈가 많아진다.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그룹 딜레이를 처리하냐도 관건이다. 그룹 딜레이라는 것은 특정 대역이 다른 대역보다 뒤늦게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저역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고역도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물레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툴(tool)이 문제가 된다. 또 이를 알고 새로운 토폴로지를 이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들어가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이쯤 해두겠다. 최신 프리는 그런 숱한 장벽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기술을 장착한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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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최초의 프리앰프인 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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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시 된 플래그십 파워앰프 M1


최근에 포노 앰프를 발매한 이후, CH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마 인티앰프가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아무튼 플로리안의 경우, 늘 설계하고, 테스팅하고 게다가 비즈니스 트립까지 병행해야 하니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러므로 휴가가 있으면 되도록 멀리 사라진다. 휴대폰을 꺼두고,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남미의 어느 시골에서 트래킹이나 워킹을 한다. 인생의 깊이를 알고, 묘미를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하겠다. 또 그런 체험이 제품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도 불문가지. CH를 알면 알수록, 오디오에 대한 취미도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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